헤비급 복서가 로프에 기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한국뉴스통신=칼럼] 강현희 = 스포츠채널 전설의 복서 시리즈를 우연히 보다가 무하마드 알리편을 관심있게 본적이 있다.

필자세대에는 알리보다는 타이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어린나이였지만 타이슨의 펀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아버지와 함께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타이슨은 어떠한 전략보다는 빨리 K.O 펀치로 끝내려는 성향이 있었지만,  그런점이 약점이 되기도 했다.노련하게 급한 성격을 노리고 후반부에 승부를 걸고 들어오는 복서에게 패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스포츠 채널로 보니, 알리는 타이슨의 핵펀치를 앞세운 속전속결의 전략 보다는 경쾌한 스텝과 빠른 잽을 던지며 머릿속에 구상한 작전들을 구사하며 경기를 리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마치 손자병법을 머릿속에 넣고 경기하는 듯, 가장 전략적인 복서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특히, 노장소리를 들을즈음에는 얼마나 전략적인 파이터인지 알 수 있는 경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4년 콩고의 수도 킨샤사에서 세계 권투 역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지는데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WBC·WBA 세계 헤비급 챔피언전이었다. 당시 알리는 32세로 25세의 포먼을 맞이하여 권투에서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경기영상을 보면, 1라운드 부터 그냥 로프에 기대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클린치로 상대의 체력소모를 시키고,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며 약을 올린다. ‘그것밖에 못하냐! 들어와봐!’ 약올리고 포먼의 큰 펀치를 유도하기도 하며, 극도로 흥분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관중들에게 쇼맨쉽을 발휘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들로 이끌어 가며 포먼의 정신과 체력을 지치게 만드는 전략을 쓴 것이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포먼을 다운시키는 알리)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포먼을 다운시키는 알리)
 
한편, 헤비급 복서들은 다른 체급선수 보다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영상을 보니 4~5라운드 정도에는 점점 빠른 잽과 스트레이트로 반격을 시작하면서도 클린치와 도발은 계속 한다. 7라운드 즈음 되니 포먼은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지쳐갔다.
 
사실 이런 전략은 알리의 치밀한 경기운영에 포함돼 있었다. 스피드와 기술이 뛰어난 알리는 포먼의 초반 공격을 우선 방어한 후 반격할 계획이었다.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포먼의 공격력은 약해지고 스텝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8라운드에 접어들어서도 로프에 기대 있던 알리는 포먼의 주먹이 평범해지자 반격을 시작한다. 레프트 훅에 라이트 스트레이트 콤보 펀치 작렬!! 쓰러진 포먼은 카운트 10 안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알리의 복싱인생을 논하기에는 짧지만, 이 경기 이전의 알리는 정부에 의해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어 있었고, 무언가 명예회복을 해야하는 시점의 승리였던 것이다.
 
알리의 어록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라는 말이 제일 유명하지만, 이 경기후에 이런 인터뷰를 한다. “헤비급 복서가 로프에 기대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알리자신이 말한 그 아름다움안에는 치밀한 병법과도 같은 전략적 의미가 있는데, 바로 손자병법의 시계(始計)편의 궤도(詭道)를 보면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用兵(용병)하는 데에는 속임수나 기이한 꾀를 써야 한다” 로 풀이된다. 조지포먼이 알리의 작전을 알았다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했을지도 모르고, 그의 펀치와 좋은 전략이 있었다면 알리를 잠재웠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스포츠에서 전략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시계편에서 말하는 속이는 전법들이 많다. 상대방영역을 침범하는 종목들에 많이 쓰이는데, 특히 ‘실이비지(實而 備之), 강이피지(强而 避之) “적의 전투태세가 강하면 대비하고, 적이 강성하면 회피한다” 라는 뜻인데, 축구팀이 전반전과 후반전의 내용이 다른 것을 최근 현대축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막강한 공격력과 중원장악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맞불을 놓으면, 이길수가 없을 것이다. 적이 강하면 방어에 힘쓰다 한순간의 허점을 노려 역습하는 형태가 바로 손자병법의 시계부분과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어쩌면, 많은 감독이 손자병법으로 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편에서는 - 지략이 뛰어난 감독들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속이고 심리플레이를 하는 부분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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