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교체’의 득과 실

[한국뉴스통신 = 칼럼] 강태영 학생기자 = 매 시즌 성적 부진에 빠진 팀들은 감독교체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감독이 선수단의 수장으로써 팀 성적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고 시즌 전 팀을 구성하고 계획을 기획하는 점을 감안하면, 팀의 부진을 감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감독 교체는 얼마나 큰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구단 중 감독 교체를 단행한 사례를 알아보니 9개 구단(아스톤빌라, 번리, 에버튼, 리즈, 뉴캐슬, 노리치, 토트넘, 왓포드, 맨유)에서 열 번의 감독 중도 경질이 단행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왓포드는 한 시즌에 감독을 2명이나 경질하는 촌극을 보여주며, 강등을 피하고자 몸부림쳐 보았지만 결국 강등을 확정 지었다.

이번 글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개의 사례 중 4개 구단을 선별하였고,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한 팀들의 감독 교체 전-후 승점을 비교해 감독의 중도 경질과 교체 단행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분석하였다. 먼저 감독 교체 효과를 본 클럽으로는 토트넘과 뉴캐슬의 사례를 살펴보았고, 감독 교체 효과를 보지 못한 클럽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왓포드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교체하길 잘했어 – 토트넘, 뉴캐슬 유나이티드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감독 교체를 통해 성공적인 반전을 끌어낸 대표적인 팀이다.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감독을 선임하였고, 알짜 영입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토트넘 핫스퍼 ‘파스타를 먹고 비상한 수탉 군단’

시즌 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스 감독을 데리고 왔던 토트넘은 개막전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를 포함해, 1-3 라운드 모두 1-0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그 후 토트넘은 7경기에서 1승 6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고 리그 성적은 10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에 누누 감독의 토트넘이 거둔 평균 승점은 프리미어리그 기준 경기당 1.2점에 불과하다. 결국 토트넘은 누누 감독을 경질하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약1500만 파운드에 계약하였다.

(토트넘의 콘테 감독/출처 토트넘 홈페이지)
(토트넘의 콘테 감독/출처 토트넘 홈페이지)

콘테 감독은 추락의 끝이 어딘지 모르고 내리막길을 걷던 팀을 빠르게 정비하며 토트넘을 4위 경쟁권으로 되돌려놨다. 콘테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25경기 기준 15승 5무 5패, 경기당 승점은 2점이다. 콘테 감독은 수비 불안이 매우 심각했던 토트넘에 ‘쓰리백’ 수비진을 정착시키며 수비력을 크게 향상 시켰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손흥민 – 케인 공격 콤비가 위력을 되찾은 가운데,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데리고 온 ‘데얀 쿨루세프스키’와 ‘벤탄쿠르’가 빠르게 적응하며 공격진의 파괴력과 중원의 힘을 한층 더 끌어 올려줬다. 

쿨루세프스키는 느린 듯 보이지만 볼을 지켜내며 센스있는 드리블과 왼발을 쓰며 접고 들어오는 패턴이 손흥민의 파괴력에 플러스 효과를 내었고,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비교적 초반에 빠르게 감독 교체를 단행한 승부수가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현재 아스널과 치열한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해마 군단의 ‘money brag’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감독 교체 효과는 더욱더 극적이다. 11라운드가 끝났을 때 5무 6패의 성적으로 강등권에 추락했던 뉴캐슬은 ‘스티브 브루스’ 감독을 경질시키고 ‘에디 하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된다. 이후 브루스 감독 시절 경기당 승점 0.45점에 그쳤던 뉴캐슬은 에디 하우 감독 휘하에서는 프리미어리그 기준 25경기 11승 5무 9패, 경기당 승점은 1.52점으로 수직으로 상승하며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2년 1월에서 4월까지의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획득한 승점을 계산해보면 32점으로 29점을 획득한 맨체스터시티 보다 더 많은 승점을 획득했다(1위는 리버풀).

(뉴캐슬 에디하우 감독/출처 뉴캐슬 홈페이지)
(뉴캐슬 에디하우 감독/출처 뉴캐슬 홈페이지)

사우디 자본이 팀을 인수한 이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키어런 트리피어’, ‘댄 번’, ‘브루누 기마랑이스’ 등 공격, 수비, 미드필더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을 영입한 것과 ‘에디 하우’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이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팀에 정착시키며 고공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뉴캐슬은 시즌 종료 후 새롭게 열릴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우디 자본을 활용해 더욱 공격적인 스타 선수 영입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 판도를 기존의 빅 6에서 빅 7으로 늘려 더욱더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시즌의 반등을 기반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다음 시즌 약진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교체해도 뭐 다른 게 없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왓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왓포드는 감독 교체의 효과가 별무신통(別無神通)했던 팀이다. 왓포드는 시즌 중 두 번이나 감독을 경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여주었고, 이적시장에 공격수 한 명을 영입했으나 단 2경기 출전하고 부상으로 재활중이다. 맨유는 솔샤르 감독을 비교적 초반에 경질했음에도 임시감독을 영입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였고, 이적시장에는 단 한 명도 영입치 않는 대담함을 보여주었다. 토트넘과 뉴캐슬이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과 비교할 때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임시 감독이 잡은 삼지창

솔샤르 감독이 시즌 초 부진을 면치 못하자 맨유는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의 스포츠 디렉터로 있던 ‘랄프 랑닉’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랑닉은 독일 축구계에서 일명 ‘축구교수’로 불릴 정도로 전술적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인 맨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아스날, 리버풀, 맨체스터시티, 브라이튼과 같은 클럽에게 큰 점수차로 지는 졸전을 펼쳤는데, 맨유도 시즌 중 두 번이나 감독 경질함이 프런트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꼴이 될까 랑닉을 경질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솔샤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12라운드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승 2무 5패, 경기당 승점 1.4점이다. 랑닉 부임 이후 프리미어리그 기준 25경기 11승 8무 6패의 성적을 거뒀고 경기당 승점은 1.64점이었다. 경기당 승점만 비교해 봐도 맨유의 감독 교체 이후의 성적은 앞서 말한 토트넘, 뉴캐슬과 비교했을 때 그리 크게 반등하지 못했음을 데이터가 증명한다.

(맨유의 랑닉 감독/출처 맨유홈페이지)
(맨유의 랑닉 감독/출처 맨유홈페이지)

특히 맨유는 다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랑닉을 정식이 아닌 임시감독으로 선임하는 다소 특이한 행보를 보여줬다. 이 부분이 결국 맨유의 감독 교체를 실패로 이끌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평이다. 어차피 시즌 종료 후에는 다른 감독이 올 것이기에 선수들이 느끼는 동기부여 측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맨유의 선수들은 후반기 막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리그 4위 경쟁을 하는 긴박한 순간에 부진을 거듭했다. 

다음 시즌부터 맨유의 지휘봉은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잡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텐 하흐 감독은 올 시즌 막판 랑닉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하고 무너진 맨유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왓포드 ; 뿔 잘린 사슴

승격팀 왓포드는 올 시즌 2차례나 감독을 경질했지만 성적 반등을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한 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십으로 강등이 결정되었다.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던 ‘시스코 무뇨스’ 감독을 7라운드 만에 경질시켰는데 이때 시스코 감독의 성적은 7경기 2승 1무 4패로 승격팀 감독의 성적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팬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이 상당히 의아해한 결정이었다. 

시스코 감독을 조기 경질한 왓포드 수뇌부의 판단은 다음 선임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부진으로 부메랑 돼 날아온다. 라니에리 감독의 휘하에서 왓포드는 13경기 2승 1무 10패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며 강등권에 주저앉았고 라니에리 감독 역시 경질당한다. 이후 부임한 로이 호지슨 감독 아래에서도 15경기 2승 2무 11패로 성적 반등에 실패한 왓포드는 또 다시 챔피언십으로 강등이 확정됐다.

(왓포드의 호지슨 감독/출처 BBC)
(왓포드의 호지슨 감독/출처 BBC)

 시즌 왓포드를 맡았던 감독들의 경기당 승점을 보면 오히려 경기수가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스코 감독이 0.42점으로 라니에리 감독의 0.38점, 호지슨 감독의 0.26점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 득실점 역시 7골, 10실점을 기록하며 승격팀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고, 라니에리 감독의 16득점, 29실점, 호지슨 감독의 8득점, 30실점의 성적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결국 왓포드 수뇌부의 이른 감독 교체 결정은 이후 더욱 나쁜 결과들로 귀결되며 팀은 강등되었다.

✔감독 중도 경질의 의미

지금까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 교체를 단행한 팀 중 득과 실이 뚜렷한 팀을 알아보았다. 감독 교체를 통해 반등에 성공한 팀들은 합리적으로 판단을 통해 적당한 감독을 교체한 것이 보인다. 일단 토트넘과 뉴캐슬 모두 전임 감독에게 리그 기준 10경기 이상 맡기며 최대한의 시간을 주며 기회를 주었고, 경질 이후에는 후임 감독이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지원과 직위를 보장해주며 새로운 팀의 구심점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본력과 가성비 좋은 선수 영입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것을 문제해결 의지와 역량이라 본다. 어떠한 문제 앞에 놓일 때 조급함은 버리고 올바른 길을 찾아내기 위해 인내하고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코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위기 탈출을 해서는 선명한 목적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감독 중도 경질과 교체라는 현상을 바라보며 발견할 수 있는 의미이다.

 
-글쓴이 : 강태영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스포츠융합과학부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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