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의 감독 평균 수명은 약 2.86년

[한국뉴스통신 = 칼럼]  박상욱 학생기자 =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누군가 역량이 부족하다면 따뜻한 위로와 격려보다는, 차가운 비판과 비난을 받게 된다. 더 냉정하게, 비판과 비난만 받는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경기에서 제외되고 구단에서 방출당하고 만다.

그것은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축구는 감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팀이 부진하면 감독이 책임지고 사임하거나, 경질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에는 그러한 감독 교체가 더욱 잦아졌다.

이번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이하 PL)만 해도 9개팀에서 10번의 감독 경질(왓포드 2회)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토트넘의 누누 산투, 맨유의 솔샤르, 리즈의 비엘사 등 시즌을 마감하지 못하고 구단을 떠난 감독들이 많았다. 물론 이는 PL을 포함한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제는 퍼거슨, 벵거, 룩스와 같이 한 감독이 장기 집권하는 예전과 달리, 레스터 시티에게 동화 같은 우승을 안겨준 라니에리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경질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축구에서 감독 경질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감독 경질의 긍정적 측면

부진에 빠진 팀은 팀 집단으로 슬럼프를 겪고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기에 팀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효과를 감독 교체라는 처방을 통해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기에 구단은 감독을 교체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감독과 코치진들이 부진한 팀을 이끌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주며, 팀을 대표해서 경질된 감독에 대한 경의를 표함으로 선수들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계기도 만들어 줄 수 있다.

선수의 입장에서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주전에서 밀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새로운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는 것을 목격할 수 있고, 기존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이른바 ‘경질 효과’ 라는 것도 존재한다. 실제로 감독이 경질되고 교체한 팀들이 이후 몇 경기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꽤 존재한다. 이번 시즌 PL을 예로 들면, 딘 스미스 체제에서 부진한 시즌을 보냈던 아스톤 빌라는 스티븐 제라드로 감독 교체를 한 뒤 잠시나마 좋은 활약을 보였다.

(아스톤빌라의 제라드 감독/사진출처 : 빌라 홈페이지)
(아스톤빌라의 제라드 감독/사진출처 : 빌라 홈페이지)

제라드가 부임하기 전 5연패를 했던 팀은 교체 후 6경기에서 4승2패를 기록했다. (2패는 맨시티와 리버풀이었으며,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 동료였던 필리페 쿠티뉴의 활약에 힘 입어 1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최근에는 다시 4연패를 하면서 15위로 하락했다.

또 대표적인 긍정적 사례는 지난시즌 첼시다. 2019년, 팀의 레전드인 프랭크 램파드가 새로운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감독 경험이 부족하긴 했지만 더비 카운티에서 보여준 지도력과 어린 유망주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모습들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고 시즌을 끝내지 못한 채 경질되었다. 그의 후임으로 선임된 토마스 투헬은 팀이 위기인 상황에서도 탁월한 지도력과 전술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보이며 단기간에 첼시를 변화시켰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첼시에게 두번째 빅이어를 선물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서 볼 수 있듯이 감독 경질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단합과 새 출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단순히 악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반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감독 경질의 부정적 측면

감독의 경질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다면 아마 모든 팀이 매시즌마다 감독이 바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질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일단 감독을 경질할 때 지불해야하는 위약금은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준다. 실제로 최근 맨유를 떠난 솔샤르의 위약금은 100억이 넘고, 콘테가 첼시를 떠났을 당시에는 약 400억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했다.

재정적인 문제를 넘어서 팀내 분위기도 저하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선수들이나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감독일때 일어난다. 지지하고 있던 감독이 떠나게 되면서 심각성을 깨닫고, 상심하거나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토트넘의 감독이었던 무리뉴가 카라바오컵 결승을 앞두고 경질되면서 상심한 토트넘 선수들이 있다고 영국 현지에서 보도했었다. 비록 후반기로 가면서 부진했지만 손흥민과 케인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한 단계 발전시키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기에, 두 선수를 비롯해 무리뉴의 경질을 슬퍼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결과론적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마저 우승하지 못하면서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그 뒤 누누의 선임도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만약 구단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무리뉴를 지지했다면 또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 지는 몰랐을 것이다.

감독 교체로 인해 선수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진한 상황도 있다. 이전 감독에 의해 쌓아오던 팀워크나 전술이 모두 바뀐다면, 새로운 감독의 주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에는 현재 맨유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솔샤르가 맨유 감독이었을 당시, 상당히 다이렉트한 축구를 선호했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나 역습 상황에서 빠른 공격전개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내내 압박을 통해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 때 에너지를 쏟게끔 한다.

그러나 후임으로 온 랄프 랑닉은 강한 압박 축구로 유명하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높은 위치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하여, 선수들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물론 솔샤르 때도 전방 압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두 감독은 다른 축구를 추구한다.

이로 인해, 맨유 선수들은 랑닉의 전술을 단기간에 적응하는데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였고, 어설픈 압박 체계와 수비, 체력적 부담과 같은 문제점들이 나왔다. 결국 랑닉은 현재까지 솔샤르보다도 낮은 승률(47%)을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확실치 못한 상황이다.

즉 감독의 경질이 꼭 정답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 감독 경질은 양날의 검

살펴본바, 감독 경질은 긍정 혹은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존재하였다. 

마치 '양날의 검'처럼 적을 베는 데 쓰일 수도, 잘못해서 내 칼에 내가 베이는 꼴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숙한다는 측면에서 촛불에 손을 대지 않는 이유는 촛불에 손을 대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진리일 텐데 왓포드의 경우 한 시즌에 두 번이나 감독을 경질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촛불에 대였기에 뜨거움을 학습하고도 또 대어 화상을 입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강등을 막고자 한 발악으로 이해할 수밖에...그러나 왓포드는 2부리그로 강등을 맞이하였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시즌을 함께 시작한 시스코 감독은 경질당시 팀은 15위(18위 부터 강등)였고, 지금 마지막 2게임을 앞두고 19위를 마크하며 노리치와 꼴찌 싸움중이다.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까? 감독 경질에 의한 위약금만 날렸고, 돈도 많이 없는 구단이 그 돈으로 선수나 한 명 더 영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래서 프런트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21-22시즌 왓포드를 이끈 감독들/2명을 경질하였다)
(21-22시즌 왓포드를 이끈 감독들/2명을 경질하였다)

따지고 보면 감독교체를 통한 효과보다 위험 요소가 더 크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어야 하는데, 최근 축구계에서는 그러한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감독의 경질은 각각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하고 구단은 선택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 결국 이러한 모습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감독교체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단행하면 안 될 것이고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감독교체는 신중해야 한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감독교체 현상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내가 살아갈 인생에도 믿고 나아갈 어떠한 상황 속에 모든 것을 바꿔버리고 싶고, 내려놓거나, 포기하거나, 다른 길을 모색하거나? 이러한 충동을 느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 앞에 놓이게 된다. 단지 내가 선택한 칼에 내가 베이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뿐이다. 그러기에 신중해야 함을 느낀다.

 

-글쓴이 : 박 상 욱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스포츠융합과학부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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