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왕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한국뉴스통신=강현희 칼럼] 얼마전 5살 먹은 꼬맹이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하스트페이스 발령!”5살 꼬마가 하스트페이스 발령이라고 외친 이유는 아빠가 매일 매일 하는 말을 따라한것이다.

하스트페이스는 군사용어로서 전쟁이 임박했을때 비상상황을 일컫는 말인데, 필자가 운영하는 스포츠 클럽에서 자주 사용한다. 차량운행이 꼬였거나, 회사안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때 군대 다녀온 선생님들이 그냥 하는 말이다. 필자도 입에 베여서 그런지 자주 사용한다. 그런 용어를 5살 먹인 아이가 따라한것이다.

(사진설명=아빠의 신발을 신고 골프를 따라하는 아들)
(사진설명=아빠의 신발을 신고 골프를 따라하는 아들)

누군가를 따라하는것, 누군가를 보고 배우는 것. 누군가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 학교에서는 가르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으나 가지게 되는 경험 등을 잠재적 교육과정이라 한다.

교육학용어사전에는 학교의 물리적 조건, 지도 및 행정적 조직, 사회 및 심리적 상황을 통하여 학교에서는 의도하고 계획 세운 바 없으나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 은연중에 가지게 되는 경험이라 정의한다. 용어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학생들의 잠재되어있는 태도 또는 가치관과 정의적 측면에 영향을 주며, 누군가를 보고 배우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교사의 정의적인 측면과 인성이 먼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잠재적 교육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지 학교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가정과 교회, 사람과 사람이 모인 곳에서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그것을 닮아가려는 행동들이 나타나는데, 아빠 엄마의 행동과 언행을 자식이 따라하는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유소년 스포츠, 특히 아이들의 축구팀을 보면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선생님의 성향이 아이들의 축구플레이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것을 연구나 논문을 통해 일반화 할수는 어렵지만, 잠재적 교육과정을 들여다 보면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자신할수 있다.

유소년들에게 축구와 체육을 지도한지 10년을 뒤돌아보면, 다양한 인격과 성격 그리고, 성품과 개성이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했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 인자하고 온유한 사람, 승부에 상관없이 즐기는 사람, 착한 선생님,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 등 많은 지도자가 팀을 맡아 축구를 가르쳤다.

지도자가 어떤 성향을 지니고, 어떻게 교육하는가? 도 정말 중요하지만, 지도자 본인이 연구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 말로 전달하는 능력이 잠재적 교육과정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수업연구를 많이하고 준비를 했어도, 교사의 잘 못된 말 한마디는 아이들이 왕따라는 것을 형성하는데 있어 도구로 사용될 때가 상당히 많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어떤 과목시간에 선생님이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을 야단치고 매를 대신기억이 있다. 잘못을 지적하고 단순히 매만 대었으면 되는데, 거기서 한마디 하신 말씀이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의 평생 별명이 되었고, 그 친구는 아직도 그 선생님을 싫어한다. 친구들이 교사의 말을 기억한후, 그 말을 따라하며 놀려대니 기분이 얼마나 상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필자의 축구지도자 초보? 시절의 이야기이다. 슛팅훈련을 하는데 어떤 3학년 아이가 계속해서 정확한 임팩트를 못해서, “삑사리의 황제” 라고 나도 모르게 핀잔을 주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교사인 내가 놀려댄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삑사리맨이라 놀림을 당했다.

다행히 스스로 빨리 캐치하고, 조치하고, 사과하고, 반성했던 기억이 있다. 이 사건 이후로는 축구수업중에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제자들의 행동을 따라한다거나, 왕따의 원인제공을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학습능력, 즉 보고 배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하는 습성. 리더가 된자의 영향력안에 아이들이 거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다. 따라서, 특히 축구지도자가 경기중에 내 뱉는 욕 비슷한 언어들을 최대한 순화해서 단어선택을 해야하겠다.

물론 축구장에서의 대화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욕처럼 들릴때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화해야 하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축구는 경기장안에서 대부분 거칠게 언어소통을 한다. 외국의 경우 모니터를 통해 들려오는 코치들의 소리를 해석해보면, 심리적인 부분들을 많이 컨트롤 해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축구에서는 책망성이나 욕설에 가까운 언어들을 쉽게 들을수 있다.

유소년축구나 엘리트 축구, 생활체육으로서의 조기축구회까지 가까운 선수를 부를 때 “새끼야” “야~임마”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 단적인 예라 볼 수 있겠다. 지도자들이 조금 더 신중한 언어와 단어선택이 필요한 이유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축구도 교육이기에 지도자의 정의적인 측면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의적인 측면에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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