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통신=칼럼] 이덕균 = 싸늘한 가을밤 공기는 마치 산길을 걷다가 바위틈에서 퐁퐁 솟아나는 샘물처럼 달고 시원하다.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가을 저녁의 차가운 밤공기가 자연스럽게 집안 깊숙이까지 들어와 오염된 실내 공기와 더러워진 폐 속을 깨끗이 씻어낸다. 그래서 늦은 밤, 책을 보거나 설교 원고를 정리할 때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그러나 이런 기분 좋은 느낌도 잠시, 오늘도 어김없이 가을 밤공기와 함께 옆에 아파트 상가 치킨 집에서 닭 튀기는 냄새가 역하게 들어온다. 내 입에서 매번 되풀이 되는 말, ‘에이 빨리 아파트에서 이사 가야지’라는 말을 여름 내내 그리고 오늘도 하게 된다.

더운 여름날에도 저녁마다 닭 튀기는 기름 냄새로 문을 열수가 없었다. 상당히 늦은 밤에도 닭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매일 있다. 하긴 방학 때 집에 돌아온 아들놈도 틈만 나면 닭을 시켜 먹으니 다른 사람 이야기할 것도 없다.

울산환경운동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먹어 치운 닭의 수는 평균 160만 마리라고 한다. 연간 소비량은 5억 마리 이상이라고 하니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미국인들도 다른 어떤 고기보다도 닭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무슬림들뿐만 아니라 종교문제로 육식동물을 가려먹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닭은 가장 선호하는 육류 중에 하나로 닭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매일 사람들이 찾는 닭고기가 어떻게 길러지고, 유통되어지는 지에 대해서 사실 우리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몇 일전, 춘천의 의암터널을 지나 강촌으로 갈 일이 있었다. 신호에 걸려 잠시 차를 멈추고 앞에 기다리는 차를 보게 되었다. 커다란 트럭에 창살로 층층이 칸막이를 하고 거기에 닭을 가득실어 놓았다.

그 안에 실려 있는 닭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차라리 짐짝에 불과했다. 그러나 더욱더 놀란 것은 닭들의 모습이다. 목주위의 털은 다 빠져있고, 깃털도 성한 닭은 별로 없어 보인다. 힘이 없이 다른 닭에 끼여 죽은 듯이 목이 축을 늘어드리고 있고, 대부분은 움직이지 못하고 바짝 끼여 있는 모습은 너무 비참해 보였다. 그렇다면 저 닭들은 어떻게 길러졌을까?

우리가 늘 즐기는 식품이 닭고기 이지만 이렇게 즐기는 닭이 어떻게 사육되어지는지에 대해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닭을 키우는 사육장을 볼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다. 춘천 근교에도 닭을 키우던 곳이 꽤 많이 있었다. 그 곳의 모습을 보면 솜과 같은 것으로 완전히 씌운 비닐하우스 모습이다. 그리고 둥근 지붕위로 환기통과 같은 원통이 나와 있고, 그 곳이 닭을 키우는 곳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지독한 닭똥 냄새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다.

제인 구달 박사의 저서 <생명사랑 십계명>의 내용이다. “양계장의 닭들은 모든 종류의 정상적인 행동들, 예를 들어 모래목욕, 가지에 앉기, 둥지 짓기, 심지어 날개를 쭉 펴는 행동조차도 할 수가 없다. 닭장 안의 닭들은 알을 너무 많이 낳는 데서 야기되는 칼슘 결핍과 운동 부족의 복합적인 결과로 골다공증을 보인다. 암탉의 25%는 닭장에서 꺼내 가공 공장으로 운반될 때면 이미 다리가 부러져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호르몬이나 항생제로 살을 찌운다. 구이용 영계는 16주가 아니라 6주 만 되면 시장에 내놓을 만한 몸무게에 이른다. 발톱이 길어서 철창의 철창에 걸리지 않도록 발톱이나 심지어는 발가락 마지막 마디를 잘라버리기까지 한다.”

내가 보았던 그 닭들도 제인 구달 박사가 밝힌 내용과 별반 차이 없이 길러졌던 것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그렇다면 나와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이 닭고기가 과연 우리 몸에 유익하기만 한 것인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구달 박사의 글에서 “멕시코의 한 소녀가 5살 나이에 유방이 발달한 경우가 있었는데 호르몬을 먹여 키운 닭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라는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닭고기를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생산자들은 이윤을 위해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닭고기를 전혀 먹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들이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오래전부터 닭고기와 계란에 대한 유해성에 대하여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왔다. “달걀을 잘 낳게 하기 위하여 여성 호르몬제를 주사하고, 또 최단기간 내에 도축하기 적절할 만큼 살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성장 촉진제가 들어간다.”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좁은 창살 속에서 한 번도 뛰어 놀아본 적인 없이 호르몬제와 항생제로 키워진 닭과 계란을 아이들에게 계속 먹일 것인가? 적어도 마트에서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식품을 고른다면, 생산자들이 함부로 닭들을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물어보자 이 닭이, 이 계란이 어떻게 길러져서 나왔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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