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은 자기반성을 방해한다-

[칼럼=한국인터넷기자클럽] 한국뉴스통신 강현희 경기취재본부장  = 스포츠 경기에서는 경기가 종료되어 승패가 갈릴 때 두 가지 광경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모습과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를 높여주는 광경이다. 이러한 광경들은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고 스포츠의 매력과 멋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최민호선수-패자가 승자를 높여주는 장면)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최민호선수-패자가 승자를 높여주는 장면)

하지만, 때로는 패배의 결과를 놓고 이상한 변명들을 하곤 한다. 제일 많은 케이스가 바로 ‘심판탓’ 일 것이다(어떠한 종목이든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결과가 바뀌지 않고 ‘경기의 일부라고 명시’한다). 어떤 감독은 선수 탓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한다.
 
유소년 축구경기가 끝난 후, 가끔 지도자 또는 학부모들이 이렇게 말한다. “네가 못해서 진 게 아니야. 심판의 잘못으로 진거니까 슬퍼할 필요없어” 라고...
 
피드백은 엘리트 선수를 성장 시키는 가장 좋은 자극제이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피드백을 주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드릴까? 물론 (패배한 아들을 위한)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가 담긴 말이라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피드백은 선수에게 자기반성이 아닌 ‘억울함’ 만 심어주게 된다. 어느 정도의 분함이 누군가에게는 자극을 주어 발전시킬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에서 억울함은 선수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가장 무서운 적’ 이라 강조하고 싶다. 왜냐면, 억울함은 자기반성(self-reflection)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요즘 프로축구선수들의 부모들이 겪은 뒷바라지에 관한 질적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대상자(선수부모)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아들이 프로선수가 되기까지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꼽았다. 특히, 경기 후 피드백에서 패배를 자기반성적으로 받아드리는게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설령 경기에 뛰지 못한점도 자신의 탓을 하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감정적인 부분이 먼저 표출되는것을 삼가고 다음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경기에 뛰지 못하고 감독을 원망하는 선수가 많을까? 철저하게 본인잘못이라 생각하는 선수가 많을까? 사람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반성적인 선수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축구영웅 박지성 선수는 07-08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에서 선발명단은 물론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당시 심경을 담은 인터뷰를 보니 왜 박지성선수가 박수 받으며 은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사람이다. 결장소식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왜 나지?’ 란 생각만 들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이들을 속상하게 했고, 나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박지성 선수는 이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좌절했던 다음날 “결승전 다음날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결승전에서 뛰고 싶다면 나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 뿐이었다” 라고. (‘더 내셔널’ 과의 인터뷰 내용)
 
보통사람같으면 상실감에 몇 일은 술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박지성은 철저하게 자기반성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책찍질하고, 다음해 아시아인 최초로 챔스 결승에 선발출전하게 된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리뉴의 경질과 다음 행보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수장이 불과 일년만에 강등권으로 추락하고 결국 경질당한 것이다. 수많은 언론들과 레전드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비수들의 노쇠화, 주전공격수들의 부진, 선수와 감독간의 불화, 선수들의 태업논란, 심지어 팀닥터의 저주 등을 이야기하며 부진의 이유를 제기한다. 다양하게 제기된 책임론에 일리가 있는 말들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감독인 무리뉴의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 문제는 바로 -> ‘선수들에게 억울함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생각)
 
무리뉴는 언제나 언론플레이를 즐긴다. 패배 후에는 항상 변명을 하거나 심판 탓을 제일 많이한다.쿨하게 패배를 받아드리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자기반성이 따라오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는 감독의 피드백이 정말 중요하다. 피드백속에 자기반성이 없으면 선수들도 반성하지 않는다. 단편적인 예로, 디에고 코스타를 보면 알 수 있다.
 
경기시간 내내 상대선수와 부딪친다. 흔히 하는 기싸움을 넘어선 정신병자처럼 보일때가 많다. 코스타에게서 자기반성이 보이는가? 그러면 코스타는 누굴통해 자기반성을 해야하는가? 이번 주말 경기에는 교체에 불만을 품고 교체직후 샤워하고 홀로 집에 갔다고 한다. 그나마 어떤 선수들은 ‘우리모두의 잘못이다’ 라며 반성하는 척 하지만, 경기장에서 투혼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으니 입으로만 반성한 것이다. 자기반성은 행동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자기반성없는 디에고 코스타)
(자기반성없는 디에고 코스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의 스포츠 선수들은, 패배 후 언제나 ‘분하다’ 라는 표현을 한다. 분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나고 원통하다’ 라고 말한다. 어떤 선수들은 가끔 ‘경의를 표한다’ 라고 말하지만 결국 ‘분하다’ 라고 끝맺음 하는 것이 일본 선수들이다.
 
물론 우리 언론들이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분하다’ 라고 표현한 일본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극복된 모습을 아직 본적이 없다. 단편적인 예로 아사다 마오는 늘 김연아에게 지고 ‘분하다’ 라고 말했다. 그 분함뒤에 따라오는 피드백과 다음 경기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분함은 되지도 않는 트리플 악셀만 고집하다 결국 원하는 뜻을 이루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얼마전 체교과 학부강의에서  제자들에게 억울함을 심어주지 말라고 강의했다. 어떤 학생이 질문한다. 그러면 진짜 억울한 경우에는 어떻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이렇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질 구질해질 필요는 없다. 2014년 김연아도 억울할만 했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의 신아람 선수는 진짜 억울하지만 역시 뒷 처리는 행정부에 맡겼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다시 나아갔다.
 
박지성의 예를 들어, 다른 유럽선수 같으면 바로 다른 팀으로 옮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지성은 바로 다음날 미래를 위해 다시 나아갔다. 지도자라면 선수의 멘탈을 잡아주고  미래를 설계 하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분야의 일들도 동일하겠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들이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지도자와 부모역시 도와주고 반성해야 한다. 이것이 길게 롱런 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프로까지 뒷 바라지한 부모들은 한결같이 이야기 한다. 자기반성적 사고를 가질 때 성공할 수 있고, 억울한 생각은 선수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 강현희 -

- 성결대학교 외래교수, 가온누리평생교육원 겸임교수, 한국뉴스통신사 경기취재본부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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