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에게 성숙한 먹을거리 문화가 필요하다 -

[한국뉴스통신 = 이덕균 칼럼]어느 한 사회에서 먹을거리를 놓고 ‘윤리적이냐?, 비윤리적이냐?’를 따지는 일은 별로 없다. 개(犬)를 먹든, 개구리를 먹든 또한 그것을 어떻게 요리를 해 먹든 그것은 그 나라의 문화일 뿐이지 대부분 이것이 ‘윤리적이다, 아니다’를 놓고 문제시 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거나, 남을 해친다거나, 통상적인 사회의 약속을 해치는 행동은 확실히 도덕적인 문제에 속한다. 또한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이나, 외롭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문제, 특별히 문란한 성생활에 대한 문제도 윤리적인 문제로 여길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받아들일 수 없던 문제들, 예를 들면 소수성애자들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법이 당연히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뭔가를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시각이 달라진다. 어느 훌륭한 신부님이 개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사제(司祭) 면직(免職)을 당하지는 않는다. 단지 ‘신부님도 개고기를 먹어!’라고 재미있어 할 뿐이다.

그러나 전통 유대교나,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에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엄격하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따라 자신이 어는 종교에 속해 있는지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여행을 할 때 보면, 비행기 안에서 조차 자신들의 종교에 따라 음식에 대한 선택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고, 대신 음식을 탐하는 탐식(貪食)이 주된 윤리 문제가 되었다. 성경 창세기 9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이 땅을 물로 심판하신 후에 인간들에게 허락하신 것이 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은 너희에게 먹을 것이 될 것이요, 푸른 채소와 같이 내가 모든 것을 너희에게 주었노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근거로 해서 살아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얻었고, 또한 하나님의 심판 이후에 부족한 먹을거리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살아있는 모든 것을 먹으라고 하셨지만, 무조건 마구 잡아먹으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는 ‘너희는 고기를 그것의 생명과 함께 곧 그것의 피와 함께 먹지 말라’고 하셨으며, ‘나무에나 땅 위에 있는 새의 둥지에 새끼나 알이 있고 어미 새가 그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길에서 보거든 너는 그 어미 새와 새끼를 함께 취하지 말라’고 한다. 또한 ‘너는 염소 새끼를 그것의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는 명령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명령이 시사(時事)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계명들은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동정심을 단적으로 보여 주시는 것이며, 우리가 먹을 것을 위해 잔인함에 빠지는 것을 막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을 우리의 먹을거리를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다. 먹음직스러운 신선한 육류나 생선, 그리고 그것을 가공한 다양한 식품들을 선택하는 것은 쇼핑의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 식품들을 구매하는 자들에게 구입 식품의 윤리적 문제에 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이 연간 매출이 45조에 이르고, GDP의 6%를 점하는 산업이기에, 오직 식품을 구매하는 욕구 증대만을 부추긴다. 그 결과 우리는 식품 광고의 홍수에 빠져 죽을 정도지만, 그런 광고에는 광고주가 들려주고 싶은 정보만 담겨 있을 뿐, 그 화려한 포장지 안에 숨어 있는 식품의 참된 모습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그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최소한의 법테두리 안에서 주어지는 것으로 식품에 함유된 영양 성분과 그에 따른 건강을 주지(主知)시키는 정도이다. 즉 햄버거가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든지, 아니면 소고기의 마블링이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식품 영양에 관한 문제를 부각시키는 정도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품의 윤리적인 면은 교묘하게 비켜 나간다.

단지 그 식품을 선택할 때에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을 골라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해 주는 정도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자신이 알아서 식품 선택을 결정할 수 있다. 이것도 역시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는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에 그것이 우리가 아닌 또 다른 타자(他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음식이 되는 그 대상 동식물도 포함되어야 한다. 식품을 하나의 산업으로만 분류해서 그것을 돈 버는 일로만 끝내버린다면, 짐승과 우리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윤리라는 말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인간임을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단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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