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사실 알고도 '경작금지명령' 보류한 강릉시, 이유 밝혀야

[한국뉴스통신=하이강릉]  김남권 기자 = 페놀의 대량 유출 사건이 발생한 강릉시 옥계면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50대 주민이 페놀에 중독된 것으로 확인 돼, 그 동안 사건을 축소 발표하며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강릉시와 포스코의 책임에 대한 논란이 거세 질 것으로 보인다.

오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며 '경작금지명령'을 내리지 않아, 주민들이 오염된 밭에서 1년동안 농사를 짓도록 방치한 강릉시, 그 이유 밝혀야...

페놀은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계와 소화기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고 자칫 죽음까지 불러오는 유독성 물질이다.

27일 JTBC는 포스코 인근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58세 김옥선씨가 심각한 페놀 중독 진단을 받았고, 김 씨에게서 검출된 페놀은 85.87mg/gCr으로 일상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대치가 20mg/gCr임을 감안하면 4배가 넘는 '페놀 중독'이며,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는 높은 수치라는 의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그 동안 안전하다는 강릉시의 말을 믿고, 사고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밭이 오염된 줄도 모르고 농사를 지었고, 올 봄에도 밭에 농작물을 지어 팔기도 했다. 김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땅을 파서 물이 나오면 그 물에서 농약같은 지독한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김씨가 농사를 지어오던 밭은 사고 현장에서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으며, 더구나 포스코가 1년이 지나서야 설치한 오염 방지 차단벽 바깥에 있었다. 이 곳은 그 동안 강릉시와 포스코가 오염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지역이어서 그 충격은 더 하다.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수차례 강조하던 강릉시... 페놀 중독된 주민은 누가 책임지나?

김씨의 중독 사실이 밝혀진 것은, 김씨가 지난 3월부터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고, 눈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자 김씨의 아들이 강릉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인 박창근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고 박 교수는 JTBC에 이 사실에 알리면서 시작됐다.

JTBC는 페놀 유출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면서 김씨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2차례 검사를 받도록 조취를 했고, 그 결과 심각한 중독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23일 JTBC방송이 나간 직 후, 그 동안 조사를 막아오던 일부 주민들이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방송 인터뷰를 했느냐”며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나 관리 감독 기관인 강릉시는 그 동안 포스코와 일부 지역 주민들을 앞세워 오히려 외부 언론 취재와 환경단체의 접근을 방해 해 왔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JTBC가 강릉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사건 현장 인근에서 굴착기를 이용해 땅을 파 오염 정도를 파악하려고 시도했지만 조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와 방해를 해 조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취재진들은 다음날 새벽에 몰래 땅을 파는 우여 곡절을 겪기도 해 이런 주장을 뒷 받침했다.

또한 강릉시는 페놀 유출이 된 주수천 인근 경작지들에 대해 진작 ‘경작금지명령’을 내려야 했지만 포스코가 경작지 주민들과 협상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강릉시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작금지명령’을 왜 안 내리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작 금지를 내려야 하지만 예전 상황과 바뀐 것 없이(포스코와 경작주들의 협상진행) 그냥 그렇게 가고 있다”며 “아직 포스코와 경작주들이 협상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더구나 강릉시는 이렇게 인근 주민들의 페놀 중독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그에 대한 조치는 전혀없이, 지난달 말 포스코가 제출한 ‘오염토양정화계획서’에 대해 일주일이나 빠르게 승인을 해줬다. 강릉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장비와 인력 준비 등 사전에 준비 할 것이 있다고 해서 조건부 승인을 해 준 것이고 수치 같은 것이 크게 바뀌지도 않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릉환경운동연합 박창근 공동대표는 “주민들도 모르고 정확한 검토도 없이 업체가 제출한 계획서를 업체의 편리를 봐줘 시일을 앞당겨 승인을 해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강릉시와 포스코가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사이 오염된 토양에 지은 농작물들은 이미 시중에 팔려 나간 상태여서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지역 주민 A씨는 인터뷰에서 “이미 몇 개월 전 인근 논과 밭에 페놀 오염이 되었다고 확인이 됐는데도 강릉시는 경작 금지명령은커녕 각종 지역 주민 설명회도 방해하고 다녔다”며 강릉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강릉시가 인근 경작지가 오염되 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경작금지명령’을 내리지 않고 미룬 것은, 주민들의 건강보다 업체의 입장을 더 많이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강릉시가 ‘경작금지명령’을 내릴 경우, 페놀 오염에 대한 그 심각성을 인정 하는 셈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을 우려했고, 강릉시는 이런 포스코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옥계 지역의 한 주민은 “옥계 지역에는 현재 많은 주민들이 정확한 원인도 그 심각성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조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이들 뒤에는 지역 일부 정치인과 강릉시의 지원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금 모두 드러내지 않으면 이 지역은 영원히 페놀유출 오염 지역으로 남아 자식들이 살아가지 못할 저주받은 땅으로 변할 것이다”며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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